2021년 회고
'회고'라는 걸 쓰게 된 건 순전히 개발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였다.
뭐 꼭 개발자 아니어도 회고는 쓸 수 있는 거지만 개발업계에서는 유독 더 많이 쓰는거 같다.
솔직히 개발공부 시작하기 전에는 그 어떤 종류의 회고도 거의 써본적이 없는데
올해는 개발공부도 시작했고 앞으로도 자주 쓰게 될테니 이번에 처음으로 한해를 돌아보는 회고를 써볼까 한다.
올한해 가장 잘한 일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
개발자가 되기로 용기낸 것, 개발공부를 시작한 것이 올해 가장 잘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엄밀히 따지면 결심은 작년 말쯤에 했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건 올해 1월부터이긴 한데 어찌됐건..
지난 2,3년 동안 점점 뭔가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안정적인 것만 찾게 되는 성향이 짙어지고, 나이 때문에 스스로가 더 위축되고 뭔가 새로 시작하기에는 자꾸 늦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적당히 괜찮은 회사에 다니다보니 comfort zone에서 벗어나기가 더 힘들었다. 그렇게 그냥 아무 생각없이 회사-집을 반복하며 쳇바퀴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가 터졌다. 전세계적으로 위기를 가져온 역병이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일종의 인생의 터닝포인트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 내가 개발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전직장이 코로나로 인한 재정위기를 맞으면서 폐업을 했고 나는 일자리를 잃었다. 취업활동이 너무 버거운 나에게는 이 물경력을 가지고 어떻게 새로 취업을 할 수 있을지 너무 막막했다. 무엇보다도 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별로 높지 않았다. 20대 때부터 계속 갖고 있던 해외취업의 꿈을 버릴 수가 없었고, 해외취업 하기 유리한 직종으로 바꾸고 싶었다.
사실 예전에 사회초년생일때 친구들과 직장이나 취업얘기 하다보면 'IT직군이 짱이다, 컴공을 했어야 했다, 나도 IT직군으로 취업하고 싶다.'란 말을 항상 했었다. IT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면서 그냥 취업 잘되고 돈 많이 버는 직업이라고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때다. 그때로부터 몇년 후에는 해외취업, 디지털노마드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가지게 되면서 디지털마케팅 혹은 개발자와 같은 직업을 가지면 디지털노마드의 삶을 이룰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막연하게만 생각해오다가 이번에 실직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취업에 좀 유리한 직종을 찾아보다가 웹개발을 알게 되었다. 프론트엔드, 백엔드란 것이 있고 프로그래밍 언어로는 어떤 것이 있고, 비전공자가 개발자 되기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 되고 등등 관련 정보를 유튜브로도 많이 찾아보고 블로그글도 엄청 많이 읽어봤다. 그리고나서 코딩강의를 끊었다. 일단 직접 해봐야 코딩이란게 뭔지 뭐 어떤걸 만드는건지 나랑 잘 맞는건지 알수 있으니까.
결론적으로 강의 따라해보니까 너무 재밌었다. 내가 직접 만들어서 프로그램이 동작하면 그때의 기분이 너무 짜릿했다. 간단한 웹사이트 클론 처음 해봤을때의 그 기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내가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니?
지금껏 그냥 사무실에서 매일 똑같은 서류업무, corres 업무만 하던 내가 뭔가를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선했다.
그래서 도전해보기로 했다. 도전하고 싶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발자가 되기로 용기낸 것.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것. 나 스스로를 한계짓기 보다 부딪쳐보기로 결심한 것이 아마 올해 가장 잘한 일이지 않나 생각해본다. 물론 아직 취뽀를 못했기 때문에 어디 가서 나 개발자야 말은 못하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꼭 말할 수 있길 바래본다.
멋사 프론트엔드 스쿨에 지원한 일
인프런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었던 나는 어느날 운명적인 뉴스레터 하나를 읽게 된다.
제주코딩베이스캠프와 멋쟁이사자처럼의 합작(?)으로 국비교육과정을 개설했다는 소식이었다. 어떤 건가 싶어서 교육과정안내페이지를 보니 세상에 .. 무려 프론트엔드스쿨이라고 한다. 지난 번 국비로 자바 수업을 6개월씩이나 들었지만 프론트엔드로 취업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그 교육이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고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어 부트캠프를 하면 취업이 될까싶어 알아 보고 있었는데 몇백만원씩 하는 비용을 보고 막막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다른 부트캠프에서 몇백씩 하는 걸 무려 국비과정으로 들을 수 있다니..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모집글을 보자마자 그 교육을 꼭 듣고 싶은 간절함이 폭발했다. 내가 배우고 싶었던 기술스택들이 커리큘럼에 알차게 담겨있었고 어떻게든 꼭 듣고 싶었다.
이미 한번 국비수업을 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어떤식으로 시간활용을 하면 될지 배운 것을 어떻게 내 것으로 소화할지를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이 교육을 수료하고나면 꼭 취업까지 스스로를 잘 준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매우 기쁘게도 지원 후 합격해서 현재 교육을 잘 듣고 있다. 지원할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지원자가 꽤나 많아서 경쟁률이 좀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 멋사 프론트엔드 스쿨 통해서 개발자가 되고 싶어하는 동료 수강생들을 만나게 되어서 비슷한 고민도 나누고 함께 프로젝트도 하고 스터디도 하고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 요즘 들어서 혼자보다 함께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깨닫고 있다.
그리고 수강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더 주려고 하는 멘토님들, 선생님들, 특강 와주신 연사 분들, 전부 이 프론트엔드스쿨이 아니었더라면 절대 만나보지 못할 분들이었는데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분들에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멋사 프론트엔드스쿨 지원한게 정말 올해 제일 잘한 일인 거 같다ㅎㅎ
아쉬웠던 점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않은것
매년 드는 생각이지만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지 못했다.
올해초에 자바 국비수업 들으면서 정말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았다. 이유는 아주 명백했다. 프론트엔드 하고 싶은데 듣고 있는 수업은 백엔드 위주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좀 현명하게 생각했더라면 수업 시간에 그냥 개인적으로 자바스크립트 공부를 했었어야 했다. 그때도 수업이 거의 비대면 줌수업이었는데, 그냥 수업은 수업대로 켜두고 그냥 개썅마이웨이로 HTML,CSS, 자바스크립트 공부 했었어야 했다. 그랬으면 수료후에 개인 프로젝트 하나 정도 만들어서 포폴 준비해서 면접 보러 다닐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교육과정은 끝났는데 프론트엔드 지식은 전혀없고 혼자 준비하려니 또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결국 또 다른 교육과정을 찾게 되었다..
뭐 다행히도 지금 멋사 교육 듣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때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나에게 정말 필요한 지식 공부했다면 취업을 내년까지 미루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르겠다.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것
2020년에도 뭐했는지 기억이 거의 안난다. 뭔가 기록할만한일이 몇번있었는데 일기 형식이든 어떤 형식이든 기록해두지 않아서 기억이 거의 안난다. 올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사진을 많이 찍어두긴 했지만 그래도 글로 써두지 않아서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등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꼭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평
솔직히 '나 올해 진짜 열심히 살았구나!'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치만 내가 정말 원하는 목표를, 그냥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부분은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올해는 사람도 별로 만나지 않고 좀 우울한 때가 많았지만 내년에는 꼭 개발자로 취업해서 행복한 한해를 보내고 싶다.